2023. 7.

김미르 기록

한국 지엠이 놓여있는 도시 창원은 공장의 도시이다. 공장 정문에서 차로 5분 정도 가면 안민동이라는 곳에 한국지엠 창원 비정규직 지회 사무실이 있다. 안민동 예전 이름이 바람골이었다고 하는데, 세상의 온갖 바람 앞을 헤쳐나가는 곳에 자리한 사무실이었다. 한국 지엠 비정규직 지회(이하 창원 비지회)는 현재 조합원 전원이 해고되어 생계팀과 투쟁팀으로 나눠져 있다. 당장 생계가 어려운 조합원들은 조합비로 투쟁을 지원하는 생계팀으로 빠졌고 앞서서 투쟁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투쟁팀에 남았다. 현재 투쟁팀은 9명이고 생계팀까지 포함하면 총 조합원 수가 113명이다.

한국지엠 창원 비정규직 지회의 시작

2005년 4월 10일 지엠 대우 창원 공장(현 한국 지엠 창원 공장)에서 6개의 협력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 80명이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서 지엠 대우 창원 비정규직 지회 설립 총회를 열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노조 결성 하루 만에 320명이 가입했다. 800명이 가입 대상자였는데, 320명이라는 숫자는 적지 않은 숫자였다. 지엠 대우 정규직들도 하청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단체를 만들기도 하였다.

2006년 3월 22일, 고공 굴뚝 농성을 벌였다. 3명이 공장 내 굴뚝에 올라갔다.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해를 넘기는 중 사측이 업체 폐업으로 탄압을 시작했고, 해고자가 발생했다. 요구 조건은 ‘업체 폐업으로 인한 86명의 해고자 중 희망자 원직복직, 단기 계약직 고용 안정, 고소 고발 및 가압류 철회, 비정규직 지회 공식 인정, 비정규직 확산법 반대’였다. 회사는 기를 쓰고 이를 막아내고자 했다. 회사 관리자, 용역 300명을 이용해서 고공 농성자를 지원하던 조합원들을 내쫓고 물대포를 쏘아대는 등 강제 진압을 했다.

고공 농성 하던 세 사람은 단식 투쟁까지 벌였고 건강 상의 이유로 한 조합원(진환)이 병원에 실려가면서 단식 투쟁은 지회장(권순만)에 의해서 이어졌다. 결국 41명 복직 요구자 중 5명이 제외되어 마무리가 되었다. 회사의 강경한 대응 탓에 노조가 다 흩어져 버렸다. 결국 해고된 진환 조합원이 혼자 노동조합을 지키는 상황이 왔다. 묵묵히 지켜나갔지만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못한 채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2013년, 상습적인 사내 하청 업체 폐업에 맞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 승계 및 정규직화 투쟁을 다시 벌이기 시작하면서 조합원 수가 늘어나고 다시 거대한 투쟁을 맞이하게 되었다.

조합원에서 지회장이 되기까지

한국 지엠에서는 비정규직을 해고할 수 있는 온갖 유형은 다 벌였다. 계약만료, 업체 폐업, 인소싱 등이다. 김경학 지회장은 2017년 인소싱으로 해고되었다. 직후 해고복직투쟁 위원회(이하 해복투)에서 활동하면서 꾸준히 복직투쟁 그리고 불법파견 투쟁을 해왔다.

입사를 어떻게 했는지 물었다. “생계비가 급하게 필요했어요. 벼룩시장을 찾으면서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상여금을 다른 곳보다 많이 주길래 입사를 선택했어요.” 들어가자마자 본인이 비정규직으로 불리는지 몰랐다고 한다. 서서히 일하면서 깨달았다. 그리고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서 9개월 일하고 길게는 한두 달, 짧게는 2,3주씩 쉬고 다시 들어갔다.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게 되면서 지금 생활에서 정규직만 더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때는 노동조합에 대한 고민, 노동자에 고민 보다는 현장에서 내가 좀 더 나은 노동을 하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컸어요.”

솔직한 답변이었다.

기름을 손에 담그는 작업을 하는데도 하나 밖에 안주는 장갑, 일하다가 다치면 회사에서 지정해 준 병원에서 치료 후 쉬지 않고 바로 다시 현장에 와서 일을 했다. 산재 처리는 해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노동조합에 대한 궁금증, 더 나은 현장에서, 더 나은 공정을 위해서 조합원이 되었다고 했다. 2016년에도 업체 폐업 투쟁에 맞서서 지역 여론을 조성하고 현장에서 파업을 하면서 극적으로 막아냈다.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 회사가 백기를 든 것이었다. 그 한 번의 첫 저항을 시작으로 노동자에 대한 고민, 세상에 대한 비판, 노동조합에 대한 가치들을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했다. 해고가 되고 나서도 당연하게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투쟁을 하면 복직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이길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점이 생기긴 했었지만 이길 거라고 믿었어요. 그리고 믿고 있어요. 틀리지 않았으니까요.”

그 마음으로 지회장까지 하게 되었다고 했다.

한편, 2019년 연말에 현장에서 일하던 600명 가까운 비정규직이 잘려나갔다고 했다. 조합원 거의 전체가 해고자가 되어서 복직 투쟁을 맞이한 것이다. 해고자가 많아지는 현실이 슬프기도 했지만 복직 투쟁이 더 힘을 받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갑자기 2020년 1월에 노-노 합의를 하게 되었다. 해고 주체인 회사는 빠지고 노동부와 창원시와 경상남도 그리고 지엠 지부가 합의를 한 것이다. 합의 사항은 ‘지엠 지부가 해고된 비정규직들을 창원 공장이 정상운영이 되면 해고자들로 채울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신차 물량이 배정되어 공장이 극심한 노동강도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해고자들을 복직시키지 않고 있다.

표리부동 한국지엠

2022년 5월 1일 132주년 노동절에 비정규직 조합원이 있던 마지막 업체까지 폐업하면서 조합원 전체가 동일한 해고자가 되었다 당시 노동조합에서는 회사에서 요청한 교섭에 대응하는 중이었다.

“3월 말 그러니까 3월 30일에 결렬되었어요. 사측이 기만적인 게 해고 예고장을 현장에 뿌려 놓고 앞으로는 노조와 교섭하고 싶다, 비정규직 단위와 회사가 직접 만나서 교섭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선전했었어요.”

당시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준다고 했다. 그런데 조건을 달았다. 1차 업체/직접생산 공정/재직자. 해고자가 대부분인 노동조합에게 교섭을 요청했다는게 어불성설이었다. 발탁채용 최종인원은 260명이었다. 조건에 부합하는 조합원도 없거니와, 260명보다 세네 배로 많은 조합원들을 다 받아줄 수 없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사측 교섭안을 거부했다.

그런데 김희근 전 지회장 출신 조합원이 회사 전화를 받고 소집권이 없는 상황에서 조합원을 소집한 다음, 사측의 신규발탁 채용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면서 15명이 비어있는 자리에 19명의 명단을 사측에 넘긴다. 사측에서 추천해달라고 전화가 와서 행동한 것이라는 변명은 나중에 붙여졌다. 결국 사측 내통과 쟁대위 지침위반으로 경남지부에서는 제명 당했지만 본인이 불복해 재심에서 최종으로 정권 2년(2년동안 조합원으로 활동하지 못함)의 징계를 받았다. 금속노조의 원칙이 위배되었음에도 제명 처리하지 못한 것이 말이 되냐며 창원 비지회 조합원들은 분개하기도 했다.

이렇게 발탁 채용으로 간 사람들은 현재 불법 파견 사용했던 전 사장인 카허카젬이 처벌받지 않길 원한다는 내용으로 탄원서를 적었다는 소문이 돈다. 이 사건을 전하던 김경학 지회장은 씁쓸한 얼굴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인소싱 투쟁을 같이 넘어왔던 사람인데, 사람에 대한 배신감, 책임감 없이 빠지는 그 모습이 실망스러울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옳은 길은 묵묵히 나아가면 증명을 해준다는 진실의 속성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쟁

그럼에도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복직은 투쟁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 사람들이 대부분인 투쟁팀이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전까지는 그 어떤 것도 허락하지 않는다는 마음가짐으로 버티는 것이다. 떳떳하게 현장을 복직하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모여있다. 시간 차는 있지만 해고자라는 같은 기반 위에서 투쟁을 통해서 등에 칼이 꽂혀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과로 현장에 돌아가겠다는 조합원들이 똘똘 뭉쳐 남아있다.

지회장도 그 연장선에 있는 사람이다. 모든 투쟁에 쉬운 시기가 없지만 여전히 어려운 시기를 지나는 시기에 지회장을 시작했다. 지회장을 해야할까 고민할 때 하지 않을 이유가 없이 해야 할 이유들이 남겨져 있는 것을 보고 다짐했다. 스스로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할 때 지회장자리까지 결심하는 자신을 보고 스스로 많이 놀랐다고 했다.

“솔직히 버겁기도 했어요. 지금도 항상 어려워요.”

그럼에도 수많은 곳을 연대하면서 느꼈던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자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 그 사람들 삶에 대해 고민했던 것이 더 깊어졌다. 노동자의 처지, 인식, 구호 등에 대해서 요즘 더 고민이 깊어진다고 했다.

미래는 알 수 없고 불안하지만 노동자로 살면서 투쟁했던 경험과 그러면서 눈뜨게 된 사회의 모순들 속에서 살아가는 중이다. 그 단 한 번의 경험과 생각을 지우면서 살 수는 없을 거라고 했다.

“그렇게 살다가 노조 만들고 한 번 저항했던 거, 그 첫 저항의 경험이 지금의 나를 여기 계속 있게 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지회장 자리는 무겁다고 했다. 노동조합은 쉽지 않지만 끊임없이 자신을 다그치고 검열하면서 묵직하게 나아가는 사람이었다.

지회장 한 바퀴 중 이미 반 바퀴를 돌았다. 남은 임기를 어떻게 채워나갈지 계획이 궁금했다.

“어떤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지 않았어요. 긴 투쟁 중에 버텨내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남은 기간도 그런 의미로 잘 마무리 하고 싶어요.”

지금 투쟁팀 사람들 개개인마다 사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곁에 있어주어 고맙다는 마음을 전했다.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을까 걱정이 됩니다만 잘못된 건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온 거잖아요. 마지막 자존심 꼿꼿하게 세워 잘 버텨서 제 임기 내에 해결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대화를 많이 하면서 잘 지내보자고. 서로 서로 흔들리지 않게 잘 잡아가면서 투쟁하자고 전하고 싶네요.”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의 싸움

한국지엠창원
비정규직지회의 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