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미르

싸만사 첫 번째 시간! 다수의 사람들과 ‘노동과 기록, 투쟁과 삶’을 이야기 하는 시간이라니! 벅차면서도 시작 전부터 긴장이 땀처럼 송골송골 맺혔다. 싸람이 처음하는 행사에 온라인으로 하는 행사라 우왕좌왕하면서 준비한 탓에 무사히 제 시간에 시작할 수 있었다. 접속한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이 많은 사람들이 싸람과 함께 한다는 생각이 기쁨이 솟아났다.

시작 전에 KEC투쟁을 담은 유투브 영상을 봤다. 10분짜리 였는데 2011년 파업하고 현장으로 복귀하면서 겪는 일들을 다룬 영상이었다. 조회 수가 3100이라는 숫자를 찍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유명한 영상이었다. 저 안에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있을 거라 생각하니 귀를 더 쫑긋 세우게 되었다. 이 영상에서 나온 이야기를 직접 듣다니! 기대가 만발했다!!

KEC투쟁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달라는 사회자의 말에, 이미옥 법규부장은 ‘생존’이라는 단어를, 시야 기록자는 ‘떼춤’이라고 답해줬다. 이미옥 법규부장이 말한 생존의 의미는 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 투쟁을 열심히 했는데 그게 사실 생존과 연결되어 있어서 그런 거 같다고 했다. 열매 동지는 다 같이 추는 떼춤을 보고 정말 경이로웠다고 했다. 남진의 ‘저 푸른 초원 위에’라는 노래로 추는 춤을 보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다고 하셨다. 이 떼춤이야 말로 투쟁이 갖고 있는 면모들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시야 기록자가 싸만사 진행 중에 KEC투쟁을 담은 영화인 ‘깃발, 창공, 파티’라는 영화를 소개해주셨는데, 영화 속에 한 사람의 헌신과 희생으로 노동조합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정말 ‘모든 사람이 손수 나서서 각자가 주인’처럼 다 같이 만들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노동 기록 영상을 소개로 알게 되어 모두들 시간 내서 보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곁가지로 알게 되는 점이 많은 싸만사 행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노조의 본 면모들을 볼 수 있는 점이 많았다. 이야기 중에 단연 관심을 많이 가졌던 건 ‘파상 파업’이었다. 나도 자세히는 몰랐다가 이번에 제대로 알았다. 어용노조와 민주노조 사람들이 모여서 파업을 하다니. 파업 참여자가 90%까지 되어 정말 공장을 멈추고 이 공장의 주인이 누구인지 보여줬다니.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파상파업 이야기를 하면서 여전히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하면 울컥하면서 눈물이 난다는 이미옥 법규부장의 마음이 느껴졌다. 눈물샘이 마르지 않는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눈물샘이 마르지 않고 촉촉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라 아직도 이렇게 노조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파업과 투쟁을 마무리하고 현장에 들어갔는데 딱 들었던 생각이 “이 현장 내가 흔들어야겠다”라고 했다. 세상에. 너무 멋진 말이지 않은가. 이 현장은 우리 노동자의 것이고 이걸 흔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게 정말 콕 와닿았다. 현장 안에서 대응하는 과정에서 싸움의 의미를 알고 더 많은 사람들을 조직화 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민주노조의 면모를 더더욱 확고히 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했다. 이제 파업은 지회장의 선언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들끓고 일어나 시작되었다는 말을 직접 육성으로 들으니 정말 감회가 새로웠다. 조합원들이 서로 신뢰하고 서로서로 행동하고자 하는 그 모습이 눈이 그려졌다.

조합원을 신뢰한다는 그 말이 얼마나 어려운 것임을 알 거 같다. 내부에서 가족처럼 서로서로 잘 아는 사이가 되면 뾰족한 눈으로 서로를 보기 쉬운데 그럼에도 신뢰하고 앞으로 나아간 조합원들이 정말 영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수많은 곳에 연대를 다니면서 자신들의 싸움처럼 응원한 거구나 싶어서 정말 배울 점이 많다 싶었다. 이미옥 법규부장은 “조합에서 토론을 하면 누구나 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여야 한다, 누가 말을 했을 때 비아냥거리거나 핀잔주지 않고 그 어떤 말이든지 진지하게 받아서 모두 진심으로 토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뒤에서 이야기가 많아지고 우리 안에 토론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라고 하셨다. 이건 정말 노동조합을 떠나 사람과의 대화에서 지켜져야 하는 원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현실에서 그걸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역시!’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어쩜 그렇게 ‘잘 싸우냐’ 하는 말에는 한결같이 “원칙을 지켰다.”라는 대답을 한다고 하셨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꼿꼿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KEC 노동조합이었다. 그런 사업장을 만나서 영광이라 생각했다. 물론 시야기록자 덕분이다. 정성스럽게 기록해주신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시야 기록자가 눈이 아주 반짝이는 사람인거 같다. 이런 소중한 노동조합을 기록해주시다니!

회사는 공격하려고 조를 나눴다지만 그걸 계기로 조합원들이 서로서로 친해졌다고 하고, 민주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승급이 잘 되지 않아 돈이 적어지더라도 민주노조를 굳건하게 지키는 사람들이 여기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은 필수이니까.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한 아주 소중한 발걸음이니까. 책에서 글에서 배우던 것들이 살아서 움직이듯이 귀에 꽂히고 마음에 박히는 시간이었다. 각자의 사업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동지들, 그 투쟁을 연대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서로에게 어깨를 내어주는 우리 모두가 부둥부둥 거리면서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는 거라 생각한다.

다른 동지 분들도 그런 시간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 이 여운 사라지기 전에 영화 ‘깃발 창공 파티’ 한 편 보고 다음 싸만사를 기대하며 기다려야겠다. 다음 싸람이 만나는 사람은 윤영 기록자가 기록한 ‘한화생명 설계사 노동자’라고 한다. 그곳은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이야기들이 나올지 두근두근 한다. 다음 싸만사에서 모두 재회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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