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정윤영 기록 두려웠다. 비질말이다. 비질 vigil, 철야기도, 농성이라는 뜻으로 농장이나 도살장, 수산시장 등을 방문해 현장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행동을 통해 진실의 증인이 되는 활동을 의미( 『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 향기‧은영‧섬나리, 호밀밭 )한다. 2010년 캐나다의 동물권 단체인 토론토 피그세이브에서 시작한 비질은 전세계적인 풀뿌리 운동이 되었고 한국은 2019년 서울애니멀세이브에서 처음 시작했다. 비질이라는 활동이 있다는 걸 SNS를 통해 알게 됐다. 진실의 증인이 된다는 게 뭔지 정확하게 몰랐지만 왠지 가야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또 왜인지 가게 되지 않았다. 죽으러 가는 돼지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던 것인지, 고통의 현장에서 나 자신을 보호하고 싶었던 것인지 이유가 많은 것도 같았고 모르고 싶었던 것도 같다. 알 수 없는 두려움에 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가기를 포기하지도 못하고 몇 년을 미루고 미루었다. 이 두려움이 무엇인지는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 도살장 앞에 선 건 2023년 12월, 아주 추운 날이었다. 비질에 참여한 사람들과 소개를 나누었다. 여기 오기까지 너무나 망설였다고, 이 두려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나를 소개했다. 비질 활동을 이끄는 동물교회(‘건물이나 조직이 아닌, 현장에서 동물이 되는 동물들의 모임’)의 활동가 ‘사이’가 이러저러한 말들을 전했다. 우리는 동물을구경하러 온 게 아니라, ‘동물이 아니게 된 존재를 마주하러 온 것’ 이라고 했다. 비질에는 ‘옆에서 지켜주는 것’이라는 뜻도 있다면서 여기에 모인 사람들, 그리고 마주하는 존재들이 ‘우리’라고 했다. 또한 도살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악마화’하려고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