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구 도시관리공단분회
투쟁의 계절
2023년 3월 모꼬지
 윤영 기록






 계절이 바뀌었다. 봄인줄 알았는데 여름. 
한낮의 온도가 22도라고 했던가? ​
전날만 해도 이게 무슨 봄이냐 하며 어깨를 움츠렸는데. 
참 이상도 하지. 
​이런 날은 이상하게 다른 날보다 덥거나 혹은 춥거나. 
한 여름같은 뜨거운 날씨, 미세먼지가 잔뜩 낀 3월 15일 오체투지 행진. 싸람팀 3월의 모꼬지 행이다. 
싸람 멤버인 희정이 기록하기로 한 투쟁 현장이고 희정이 사는 동네기도 하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욕설과 경적소리 사이에서 행진을 하는데, 
이제 막 화단에 자리를 잡은 꽃들이 햇빛을 받고 예쁜 색깔을 뽐내고 있었다.


강북구도시관리공단분회가 구청 앞에 천막을 치고 총파업에 돌입하면서까지 요구한 것은 당연하고 단순했다. 
적정인력을 충원하고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라는 것. 
그리고 제발 대화 좀 하자는 것. 
단순하고 당연한 요구는 지난 11월부터 계속되어왔다. 
대화하자는 요구에 구청은 앞에선 공단과 합의하라는 안내문을 붙여놓고 빠지더니
뒤로는 구청 앞 천막에서 단식중인 분회장을 
강제로 끌어내는 것으로 답을 했다. 
이러니 투쟁을 멈출 수가 있나.
 
오후 한 시 반. 오체투지를 하는 노동자들이 
두 줄로 길게 서고, 
그 뒤를 연대자들이 네 줄로 길게 섰다. 
노동자들의 분노와 의지를 새기듯, 
이마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바닥에 내려놓으면
뒤에 선 연대자들의 그 속도에 맞춰 천천히 걸었다.


뜨거운 바닥에 몸을 내려놓으며 두 시간을 쉬지 않고 
오체투지 하는 걸 보고 있으니 
이게 정말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다. 
하긴, 사측과 합의를 이뤄낸 여러 사업장들이 떠오른다. 
투쟁으로 합의가 이뤄지면, 
이제 그 합의를 지키라는 투쟁을 해야하는 마당이니까.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도록, 
노동자는 모든 걸 걸도록 만들자고 약속이라도 한 듯.

희정이 “조선일보랑 보도자료 서로 주고받으며 
"관공서 불법 점거가 유행?" "파업으로 구청장 길들이기?" 
이런 기사를 만드는 강북구청의 열정이 짜증스럽달까.” 라며 
강북구청 앞 천막을 찾은 이유를 말한 적이 있는데, 
강북구청과 언론이 하는 짓거리가 
딱 노조 길들이기 수법 맞네.

구청은 공단과 합의하라고 하지만, 막상 교섭에 나가면 공단은 ‘권한이 없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구청장이 나서야 하는 이유다.


아스팔트 열기에 달아오르고, 
온갖 분노에 뜨거워져 있는데 
오체투지를 하는 두 시간 내내 우리가 들은 건 
비난과 욕설, 자동차 경적소리 
그리고 선생님이라 부르며 공손한 말투로 빨리 가라고, 
거리를 좁혀 가라고 채근하는 공무원의 목소리다. 
 시위를 보는 시민들의 눈초리가 따뜻한 적은 없었지만, 
이렇게 역동적으로 반응을 보여주는 건 처음이었다.
아! 오체투지를 하려고 자리를 정리하고 있을 때 
주변에서 우리를 지켜보던 (아마도) 공무원 하나는 
기다리기가 지루했는지 골프 연습을 하고 있었다. 
옆에 있는 동료와 무슨 말을 주고 받으며 
계속 퍼팅하는 자세를 취했는데, 
그 표정이 참 평온해 보였다고 해야 하나? 
관심 없다는, 상관 없다는 표정. 
공무원은 우리가 보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연습을 쉬지 않았다. 
이러니 싸람이 연대를 못 가서 안 달이 나지. 
이러니 기록을 안할 수가 있나.
 
이 날은 새로운 기록자가 함께하기로 한 날이기도 하다. 
싸람팀과 첫 만남은 강북공단 오체투지 모꼬지! 
집회가 있다고만 하고 오체투지가 있다는 말은 
(까먹고) 전달을 안 했다.
 이 더운 날 안양에서 서울까지 와주시고, 
계획에 없던 오체투지까지 웃으며 함께 해주셨다.
노동자가 투쟁하면, 
기업이고 언론이고 공무원이고 조롱하고 모욕하는 별 이상한 세상에, 
노동자 편에 선 사람들이 있다. 
노동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 삶을 기록하겠다는 싸람들. 
거참 별나구만 싶다가도 아니, 우리도 노동자잖아. 
우리 얘기를 기록하겠다는 게 뭐 이상한 일이라고, 했던 
하루.

 
+ 이 날 저녁에 동국제강 산재사망한 고 이동우 노동자의 
1주기 추모 문화제가 있었다. 
안전한 일터를 보장하라고 뜨거운 열기를 받으며 행진한 
오체투지 시위가 끝나고 
추모제에 도착하니 해가 저물었다.
 안전하지 못한 일터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의 추모제. 
그의 갓난 아기가 사람들의 연대 발언과 공연을 들으며 
할머니 품에 안겨 잠을 자고 있었다.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는 슬픈, 분노의 날들. 
그리하여 투쟁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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