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으로 사람들이 싸람이라는 이름으로 모인다고 했다. 창원은 내 고향같은 곳이다. 도시 한 부분을 커다랗게 공단지대가 차지하고 있다. 이 공업지역에 살면서 ‘노동’이라는 단어를 낯설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노동은 노동자가 행하고 자연스레 ‘투쟁’이라는 단어를 연결 지을 수 있는 곳에서 살았다고나 할까. 노동자들이 모여 투쟁하는 곳에 싸람 멤버들이 모인다고 하니 이곳에 발 디디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 걱정도 되면서 내 생활을 보여줄 수 있어서 설레기도 했다. 잠을 설치다 당일 아침 해가 떴다. 서울에서 성주에서 강릉에서 오는 멤버들을 종종 걸음으로 마중 나갔다. 해고자 복직과 불법파견을 철폐하기 위한 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한국 지엠 창원 공장 문 윗부분에 뾰족한 가시들이 박혀있는데 그것 하나로도 얼마나 회사와 투쟁하기 쉽지 않았는지 보여줄 수 있었다. 그 공장 문 바로 앞에서 하기로 했으니 나와 멤버들이 좀 더 느끼는 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문화제를 시작하기 전에 비건 형식 식사를 했다. 샐러드 가게에서 각자 취향에 맞게 한 끼를 먹고 바로 앞에 있는 비건 마트에서 간식거리를 샀다. 비건 마트라고 해서 어느 정도 제한된 식재료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참기름, 과자, 젤리, 빵, 곡물류 등 다양한 재료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누군가의 신념을 존중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어렵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양성이 좀 더 사람들 사이에 자리 잡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간식거리를 사들고 한국 지엠 창원 비정규직 지회 사무실로 이동했다. 장소를 빌려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간단한 담소를 나누고, 싸람팀 멤버 중 한 명이 추천해주는 영화 한 편을 봤다. 웃음이 나오는 영화였다.
겨울인 탓에 해가 넘어가고 나서 문화제를 시작했다. 추운 몸 녹이라고 ‘밥통’에서 어묵을 싣고 달려오셔서 맛있게 먹고 혜찬 스님이 제공해주신 떡을 든든하게 먹었다. 문화제는 조합원들이 준비한 공연들이 주를 이뤘다. 조합원들이 갖고 있는 끼가 아주 많다는 것을 알았다. 연대하신 분들이 하는 발언을 듣다보니 투쟁하는 조합원들이 많이 애썼다는 걸 확인하기도 하고 결국 모든 투쟁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느꼈다. 문화제에 참석한 사람들 손에 쥐어진 촛불은 땅에 심어진 씨앗 별같아서 이 겨울이 지나가면 꽃을 틔우겠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불법파견 철폐, 비정규직 철폐, 해고자 복직. 이 세가지가 주를 이루었다. 해고생활을 5년이 넘어가는 사람, 17년이 넘어가는 사람, 짧게는 이제 막 해넘어가는 사람이 모여서 복작복작하게 문화제가 진행됐다. 현재, 현장 밖에서 싸우는 해고자들을 투명인간 취급하면서 현장에 남아있는 얼마 안되는 조합원들을 신규채용으로 정규직 시켜준다며 불법파견을 걸고 싸운 흔적을 지우려고 하는 회사에 맞서 어떻게든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마음이 울컥하기도 했다. 회사에서 쏟아져 내리는 화상을 온몸으로 맞은 사람들의 뒷통수를 바라보고 있으니 서글픔도 굳셈도 느낄 수 있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조합원들이 투쟁해오면서 산전·수전·공중전을 다 겪으면서 지금에 다다른 거라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애써왔던 마음들이 그대로 실현되었으면 했다.
긴 세월동안 콘크리트에서 피어나는 한 줄기 질경이같은 그 마음들이 어떤 것인지 세상에 알려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고자들은 온전히 현장으로 돌어가고 불법을 저지른 자들은 제대로 된 처벌을 받고 공장 앞에는 투쟁 승리 플랭카드가 휘날리기를 간절하게 바래본다.